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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벌은 혁신을 하지 못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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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벌은 혁신을 하지 못한다.

sunyzero 2014. 8. 2. 11:54

한국 기업들의 문제는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노동력을 투입한다고 아웃풋이 좋아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과거 새로운 기법의 자동화를 도입하면 대여섯시간이 걸릴 작업을 30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데도 굳이 수작업으로 대여섯시간을 고집하는 곳을 보았다. 사람이 일일히 확인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 작업을 고수했했다. 그러나 다른 경쟁업체가 새로운 자동화를 도입했고, 경쟁업체에 밀려 수작업을 하던 부서는 폐지되었다. 수작업을 하는 부서가 게을른 것은 아닌데 결국 경쟁에서 밀렸다. 무식하게 오랜 시간을 일하는 것은 부지런한게 아니라 미련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OECD working timeOECD 연간 노동시간



IT쪽 선행기술을 탐색하는 일이나 감사, 강의를 하다보면 여러 기업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수면시간을 줄일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기업일 수록 오히려 기술 레벨이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점점 뒤쳐지게 된다. 이렇게 바쁜 기업일 수록 신입사원이 경력이 오랜된 기존 사원보다 똑똑한 역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마치 베블런이 말한대로 너부 힘들게 사는 사람일 수록 문제점을 탐색할 짬이 없어져서 보수적인 경향을 띈다는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바쁜 기업의 사원들은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적었으며,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탐색 열정도 적었다. 바쁜 기업에 다니는 직원치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을 거의 못 봤다. 그들은 그냥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보수하는데도 너무 벅찼다. 그러다보니 가장 변화가 빠른 IT기술분야에 있으면서도 바쁜 기업들의 개발자들은 신기술에 대해 거부감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바쁜 기업들은 20년전 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는 곳들도 흔했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표준이나 이론이 나왔어도 옛날의 비표준이나 비효율적인 것들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외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옛날 legacy system에 끼워맞추는 엉뚱한 행동도 자주 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조금 덜 바빠야만 한다. 너무 바쁜 IT기업들은 스스로 기술적인 레벨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조금 덜 바쁘게 하고, 사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개 및 독서 분위기를 통해 모티브를 불어넣어야만 한다. 또한 사원들 스스로 정확한 자신의 레벨을 알기 위해 외부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덜 바쁜 시간에 외부 세미나에 참석도 시키고, 다른 회사 직원들과 자신들의 레벨을 비교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학생 때의 열정을 다시금 깨울 수 있고, 회사도 혁신적으로 변해간다. 


어느 분야든지 비슷하겠지만 혁신이 없으면 구한말처럼 다른 외세에 집어삼켜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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