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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밀린 일본 전자업계(Sony 등)을 보면서

sunyzero 2014. 7. 15. 00:18

애플에 밀린 日전자업체, '차떼고 포뗀 처량한 신세'

英 이코노미스트, 혁신성 잃은 소니 등 조명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14.7.12)


얼마전 뉴스를 읽다가 재밌는 기사를 보았다. 바로 소니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일본 전자업계의 몰락에 대한 기사이다. 원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것에 대한 리뷰성 기사이다.


Japanese electronics firms

Eclipsed by Apple - Economist (Jul 12th 2014)


1. 소니의 몰락

2014년 5월 소니는 자사의 노트북 브랜드인 바이오(Vaio)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그리고 7월 소니는 TV사업 부분을 계열분리 시켜서 독립시켰다. 소니는 이제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소니의 몰락에 비해 애플은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 둔화된 모습이지만, 소니는 둔화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이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등장하는 아래 비교 그래프는 일본 기업의 몰락을 한눈에 보여준다. 소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Japanese firms share - EconomistJapanese firms share - Economist


소니는 얼마나 더 추락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예상은 할 수 있다. 추락하면서 원인도 모르고, 그것을 개선할 의지도 없는 기업은 날개가 없이 추락한다는 것이다. 예상하건데 소니는 더 추락할 것이고, IT업계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2. 소니의 몰락 원인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소니의 몰락 원인을 파헤치다보면 소니의 구성원이 그 원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소니의 연구개발인력, 경영진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결과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다가 망했다.


소니의 몰락의 단초는 이미 워크맨(walkman) 시절부터 서서히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워크맨의 성공 자체도 계획된 것이라고 보기보단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를 잡은 꼴이었다. 그 결과 혁신을 시도하는 것보다 우연의 성공을 지키려하는 의지만 보여줬다.


그 첫번째 의지는 워크맨과 유사한 제품만 만들어 낸 것이다. 네이버 캐스트에 올라온 워크맨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1984년, 소니는 세계 최초의 휴대용 CD(Compact Disc) 재생기인 ‘D-50’을 ‘디스크맨(Discma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 그리고 1992년에는 당시 차세대 디지털 매체로 떠오르던 ‘MD(MiniDisc)’를 채용한 ‘MD워크맨’의 첫번째 모델인 ‘MZ-1’이 출시된다. MD는 녹음이 자유로우면서 CD 수준의 음향을 담을 수 있고, 매체의 크기도 작은 것이 특징으로, 우수한 음질과 높은 휴대성, 그리고 편의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MD는 매체 및 재생기의 가격이 비싼데다 소니를 비롯한 일부 일본 업체들의 전유물처럼 취급되어 카세트 테이프나 CD 수준의 보급률에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MP3 플레이어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MD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11년 8월로 MD 워크맨의 생산도 종료되었다.


- 출처 : 네이버 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6706


80~90년대에 소니는 워크맨의 후속판으로 CD, MD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CD는 원판이 일정하게 회전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이동중에 플레이에 문제가 생겼고, MD는 소니 고유의 방식을 고집하고, 라이선스를 강력하게 묶어두었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Sony CD워크맨 MD워크맨 - 네이버 캐스트Sony CD워크맨 MD워크맨 - 네이버 캐스트


소니의 재앙은 이때부터였다고 본다. 소니는 MD가 실패했지만 그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오히려 점점 더 고집스러워져갔다. 심지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도 고유의 프로그램을 고집했다. 결국 플레이스테이션의 개발사들은 점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2013년엔 프리미엄 워크맨이라는 100만원짜리 MP3 플레이어를 내놓기도 했다. 결과는 예상한대로 였다.


둘째로 소니의 개발진과 경영진들은 고집불통에 자신들이 세계최고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니의 기술진은 이미 미국의 다른 회사들보다 떨어져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판이었다.


만일 이쯤까지 망가지고 있다면 경영진은 외부에서 스카웃을 해와야 정상이다. 뭔가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하려면 축구에서 교체카드를 써야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경영진도 제정신은 아니였다. 소니는 순혈주의를 고집하면서 외부인력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 결과 2014년 기준으로 소니는 TV사업부문와 컴퓨터부분(바이오)를 분리, 매각해야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소니는 이미 10여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질질끌다가 결국 망조가 든 것이다.


뭐든지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면 망하는 것이다. 과거 찬란했던 동양문화도 시대가 바뀌고 과학이 발전하는 시대를 거부하고 공자왈맹자왈하다가 망한 것을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붉은 여왕(Red Queen)이 문득 생각나곤 한다.





3. 그런데 남얘기가 아니다.

소니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남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과거의 것만 고집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의 기적, 정보통신강국... 이런 것들은 이미 과거의 것들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세대가 이제는 노인이 되어 과거의 것만 고집한다. 툭하면 "우리 어렸을 적에는...", "보릿고개에는..." 식으로 시작하는 말을 들어보면 과거 향수만 고집하는 소니가 생각난다. 이들은 이제 변화를 싫어한다.


Kazuo Hirai (Sony President)Kazuo Hirai (Sony President)


나는 부업으로 여러 회사에 강의를 나간다. 기술교육을 주로 하는데, 첨단 기술을 이야기 하면 많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거부의 움직임을 보인다. 심지어 몇몇 회사는 변화를 거부할 껀수만을 탐색한다.


그런데 거의 10년 이상을 교육하다보니, 변화를 거부했던 곳은 대부분 망하거나 조직이 쪼그라든 곳이 많았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우리가 변화를 거부하고 뛰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이나 미국도 같이 뛰지 않을까? 우리가 뛰지 않는다고 다른 나라가 보조를 맞춰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점점 노인이 되어 혁신을 잃어가고 있다.




4. 소니, 코닥으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소니의 몰락을 보고 그냥 깔깔대고 웃기만 하면 안된다. 우리는 소니와 달라야 한다. 순혈주의를 고집해도 안되고, 변화를 거부해도 안된다.


과거 KT, SK, LG도 통신시장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스마트폰을 거부했지만, 결국 KT가 발을 빼고 아이폰을 들여온 뒤에 모든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변해버렸다. 폴더폰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누군가는 뛰고 있기 때문에 항상 우리도 뛰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코닥(Kodak)도 있다. 코닥은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두려워해서 자사의 아날로그 필름 사업을 고집하고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방해하다가 망했다. 아래 주가를 보라.


Kodak 주가Kodak 주가



심지어 2014년 월드컵에서 승리한 독일은 순혈주의를 포기하고나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혁신은 기존의 것을 조금 바꿔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변하지 않으면 다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해야만 한다.



5. 혁신하려면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

21세기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한국에는 진정한 프로그래머라고 부를 수 있는 전문가가 정말 부족하다. 정부에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없으면서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들겠다고 정책을 설계한다. 그러니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첨단을 다뤄야 할 정책부서에 혁신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즐비하다. 육체적으로 60~70대인 사람이라도 정신은 20대일 수 있겠지만, 한국은 육체적으로 4~50대여도 정신은 80대인 사람이 즐비하다.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분위기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정부, 업계, 학계에서 혁신이 사라져 버렸다. 정부는 전문지식이 없는 관료집단, 업계는 하청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비전문가, 학계는 툭하면 표절에 논문 편수 늘리기만 하면서 영양가 없는 논문 찍어내기등... 이러다보니 사회자체가 늙어버렸다.


일단 사람들부터 갈아치워야 한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한 두사람 바꾸는 것으로는 안된다. 윗선부터 왕창 갈아야 한다. 글씨가 안보인다고 24pt로 글꼴을 키워서 보고하라는 낙하산이 있는 한 발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공채 따위도 폐지해야 한다. 공채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교육시켜보면 모두 각각의 색상을 지니고 있으나 몇 년 뒤 실무교육을 할 때면 전부 때가 묻고, 한가지 색상으로 통일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일전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OO회사에서 사내구성원을 대상으로 친 IT시험이 있었다고 한다. 최대한 시험을 어렵게 내달라는 요청에 출제하는 측은 실무에 가까운 이론과 레벨로 출제했다고 한다.


그 결과 자료구조에 AVL, Red-Black tree를 문제로 냈는데 맞추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수험자들 대부분은 B tree, Quick sort 정도를 예상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프로그래밍에서는 cache miss, cache coherency, iTLB miss와 pipeline hazard가 발생하는 코드들을 보여주고 성능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와 성능 개량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서술하라고 했더니 아무도 쓰지 못했다고 한다. 불확정성의 원리나 cache라는 단어조차 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정도가 우리의 현실이다. 하긴 성능을 고려한 프로그래밍보다 훨씬 수준이 낮은 레벨, 다시 말해 제대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게 우리 현실이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봐야 한다. 한국의 IT는 허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소프트웨어는 한명의 천재가 중요한게 아니라 다수의 중간 실력자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중간 실력자도 없는 현실이다. 이론과 코딩능력이 전부 갖춰진 중간 실력자가 없으니 항상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제발 소니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객관적으로 우리는 허접한 수준이다. 소니의 몰락은 우리의 앞날을 보여주는 예지몽이다. 이대로 가다간 10년 뒤 이코노미스트에 중국에 잠식당한 한국IT기업들에 대한 특집 기사가 뜰것이다.


그리고 후속기사로 우리의 기업들이 중국, 미국 사모펀드에 팔렸다는 기사가 같이 뜰지도...



* 레퍼런스

[1] 애플에 밀린 日전자업체, '차떼고 포뗀 처량한 신세' 英 이코노미스트, 혁신성 잃은 소니 등 조명 - http://media.daum.net/digital/newsview?newsid=20140712150204928

[2] 저무는 코닥(Kodak), 버티는 아그파(Agfa), 벗어난 후지(Fuji): 필름사진의 최후 http://mbablogger.net/?p=2859

[3] The rise and decline of Sony. http://www.splatf.com/2011/11/sony-20-years/

[4]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The Red Queen).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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