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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시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같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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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시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같다.

sunyzero 2015. 2. 4. 13:27

국내 출판업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이유는 영어 대중화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대략 십여년전부터 국내 출판시장에서 고급 전공 서적이 출판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급은 둘째치고 중급서적도 씨가 말랐다. 기술서적의 대부분은 따라하기 수준의 기초서적만 난무하고 있다. (그나마 기초서적에 틀린 내용도 적잖이 있는 수준이다.)


기술서적이 아닌 일반교양에도 킬링타임용이나 혹은 자기계발서, 한번 읽고 버려질 책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인이 쓴 책 중에 좋은 책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그나마 괜찮은 책 대부분이 번역서일 정도다.

게다가 영어권 번역서는 원서를 직접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별 메리트가 없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영어교육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생 이후로는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해서 과거 선배들에 비해 영어를 읽고 쓰는데 무리가 없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서점에도 영어원서의 비율이 높아졌다. 또한 국내서점에 들어오지 않은 영어원서도 인터넷에서 클릭만 몇번 하면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원서와 국내서의 가격차이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와중에 출판사들은 점점 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요새 수업을 하다보면 교재를 택하기가 정말 힘들 정도다.


* C언어 교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

얼마전 얼굴책 그룹에서도 C언어 교재 추천이 나왔는데, 작년에 몇몇 교수님, 강사님과 의견을 나누고, 직접 서점에서 조사했을 때 국내 교재 대부분은 C언어 국제 표준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외국 원서인 KNK (C Programming : A Modern Approach)를 사용하는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C언어 국내서가 많아도 KNK를 직접 보는게 낫다는 것에 좌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 국내 서적들은 점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하는거 같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고급기술을 가진 전문가는 책을 저술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말 사명감이나 어떤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책을 집필할 이유가 없다. 바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예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실력이 좋은 분이 기술서적을 집필하려다 때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그 분 한달 월급이 900정도 되는데, 기술서적을 제안한 출판사에서 제안한 금액은 약 300정도였다.(기간은 6개월) 당연히 그 분 입장에서는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니 국내출판시장은 점점 초급서나 깊이가 없는 책만 찍게되고, 고급서에 목마른 사람들은 아마존에서 원서를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가속되면 될수록 언젠가는 국내출판시장은 외국서적을 라이선스해서 인쇄하는 OEM수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영어교육의 당위성을 점점더 고취하게 된다. 고급 지식을 얻으려면 영어가 필수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때 사대부들이 한자로 고급 지식을 독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앞으로 한글서적은 잡지나 킬링타임용 책, 영어원서는 전부 고급지식을 가진 책으로 양분되어질까 걱정된다. 아니 벌써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다. 지금도 내가 하는 분야의 필독서를 수십권 뽑아보면 국내서는 2권 정도 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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