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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ux Programmer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본문
야마토 전함 (출처: http://blog.naver.com/rubystriker/13008578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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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함대 : 2개 이상의 함대가 한 명의 지휘관에게 지휘되는 경우 (일본의 함대는 주로 연합함대로 지휘되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의 연합함대를 주인공으로 쓰여진 책이다. 주로 일본의 패망의 원인 된 연합함대의 실책과 그 인과 관계를 조명함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 배경지식
2차 세계대전은 제국 식민지 시대의 종말이며 냉전의 탄생을 돕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발로를 이끈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수 많은 나라는 상처를 가지게 되었고, 그 상처속에서 정반합의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인해서 광복이라는 기쁨을 얻었지만, 분단이라는 새로운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 역사의 흐름속에서 극심한 반공주의와 한국전쟁의 여파로 아직도 좌빨이니 빨갱이니 하는 소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인가보다.
일본 또한 종전 후 여러 가지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극우 세력들은 힘을 잃었고(예전보다 약해졌다.) 군부는 거의 와해되다시피 했다. 일왕의 신격화는 깨지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가 사회 곳곳에서 발현되었다. 명목상으로 군대가 해체되다보니 국방으로 갈 에너지가 사회/경제로 집중되어 폭발적인 경제발전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발전 후에는 사회이면으로 청산되지 못한 극우의 광기가 동아시아를 장악했던 일본 제국의 향수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면 일본의 극우와 노인들이 그리워하는 과거 일본 제국의 향수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잠시나마 아시아와 태평양을 주무르던 일본의 해상패권을 의미하고, 이는 곧 연합함대를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야마토 전함(연합함대의 상징)을 모델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오게 되었고, 심지어 야마토 전함 애니메이션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있었다. 그러나 제국침략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면 내심 불편하기도 하다.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철저하게 일본군의 실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당시 일본군은 1900년 초반에 여러 가지 운이 따라줘서 각종 전쟁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장군들은 실력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던 것도 꽤 있었는데, 승리에 도취되어 자신의 실력에 대해 과신하게 되었다. 이런 자기과신은 후일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도박까지 감행하게 했다. 그리고 그 도박에서 여러 오판으로 인해 조국을 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 일본의 행운
일본의 첫 번째 행운은 청일전쟁(1894)이었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은 배수량 5,000톤이 넘는 군함이 한대도 없었고 장비도 좋은 편이 못되었다. 왜냐하면 일본도 근대화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청나라도 아직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긴 했지만, 대국답게 돈이 많았기에 독일에서 작센급 전함 (약 7,600톤)을 2척을 사들여서 정원, 진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운용하고 있었다.
작센급 전함은 장갑함으로서 당시 일본군함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월등한 화력을 지녔으나,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로 설계가 잘못되어 포탑이 상하로만 움직이고, 장전 속도도 엄청 느렸다. 둘째로 그나마 무장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서태후가 환갑잔치를 위해 해군 예산으로 정해진 2,000만냥이라는 거금을 이화원 증축에 써버렸기 때문에 포탄을 채우는 것조차 힘들 정도이다. (당시 2,000만냥은 34,000톤급 순양함 10여대의 가격이라고 하니 얼마나 큰 돈을 흥청망청 썼는지 알만하다.)
결국 1894년 12월 17일 청나라 함대는 일본 함대와 서해에서 교전을 벌였고, 청나라 함대는 일본 함대에게 완패 당했다. 당시 일본 함대는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2,3류 수준이었지만 의외의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 연속된 행운
이렇게 행운으로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일본군은 근거없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필승의 정신력만 있다면 물질적인 약점은 극복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현대전에서 물질적인 약점은 정신력으로 커버될 수 없다)
당시 정세를 보면 이미 청나라가 일본에 졌기 때문에 아시아는 일본과 러시아의 양강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누가봐도 일본과 러시아는 조만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러일전쟁(1904)이 발발했다. 여기서 일본은 또 한번 승리하여 만주와 동해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도 엄청난 행운이 뒤따른 결과였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 원인은 러시아 군부의 부패와 내부 문제에 있었다. 당시 러시아 군대는 부패가 극에 달했고 형편없는 인물이 외모가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제독에 임명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군의 무기는 개량하지 않아서 1차 대전에 쓰였던 낡은 무기를 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서 작동조차 하지 안았다고 하니 일본군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러시아는 바다에서 비타민C 공급을 해결하는 문제도 알지 못했다.(이에비해 일본군은 콩나물을 키워먹으면 비타민C를 공급할 수 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러시아 함대는 괴혈병으로 인해 전쟁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 해군은 수만 킬로를 항해해서 지칠대로 지치고 괴혈병으로 고생하던 러시아 발틱 함대를 함포사격으로 궤멸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인 도고의 T형 전법도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무식하게 돌격했을 때 발틱 함대가 제대로 된 상태였다면 일본측의 피해도 엄청 컸을 것이다. 결국 행운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육군도 백병전에서 오합지졸인 러시아 육군을 박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성공으로 말미암아 일본해군은 해상전이란 함포사격과 수뢰전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일본육군은 용감무쌍한 돌격 백병전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착각에서 깨어나는데는 무려 40년이나 걸렸다. 왜냐하면 당시 성공한 제독과 장교들이 40년동안 일본 군부를 주물렀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은 적당히 때를 봐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져서 시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 과신으로 발생한 태평양 전쟁
운이 따라주긴 했지만 거듭된 승리로 청나라와 러시아를 박살내고 아시아의 패권을 쥐게되자 일본 군부는 점점 과대망상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 군부는 아시아를 통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시아 통일에 방해꾼을 제거하기 위해 진주만 공습(1941년 12월 7)이라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1905년만 하더라도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맺어 조선을 일본에게 줄 정도로 일본에 우호적이었다. 이는 미국에 있어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본에게 줘도 괜찮을 만큼 가치가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 일본의 급속한 팽창으로 동아시아 패권이 일본에 전부 넘어갈 정도가 되자 미국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에게 더 이상의 팽창을 하지 말라는 요청(실상은 협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의 작은 나라가 아니었으니 미국의 말을 순순히 들을 리가 없었다. 연속된 승리에 도취된 일본은 미국의 간섭을 귀찮게 여겼고, 적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은 이런 일본의 태도에 화가 났고 일본이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전략 물자인 석유와 천연고무에 대해 수출 중지를 결행했다. 또한 미국내 일본 자산을 동결시킴으로 압박을 가했다.
이쯤되면 미국의 생각에는 일본이 넙죽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반성하기를 원했지만 이는 미국의 오판이었다. 일본은 외교적 협상이 결렬되면 즉각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가 과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시 일본군부는 이미 일전을 각오한 상태였다고 한다.)
* 일본군의 실수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군은 자시 과신에 빠져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하여 물자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영광스런 대형전함을 가져야 한다고 우겼고 결국 야마토 같은 심볼을 만들었다. 허나 그 심볼은 전쟁에서 변변한 활약도 못했다.
더군다나 뛰어난 인재들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일본군은 점차 고집불통 노인처럼 되어갔다. 더군다나 정신력이나 명분따위에 집착하는 면까지 보였다. (정신력이 아무리 좋아도 배고프거나 더 후진 무기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 해군의 12명 뛰어넘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특공작전으로 가미가제(神風)나 인간어뢰 같은 짓도 했지만 오히려 우수한 인재를 산화시킬 뿐이고 대세를 뒤엎기에는 늦은 시기였다.
그런데 웃긴 점은 일본의 이런 경직되고 수직화된 구조는 전후에도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긴 한국도 다를 바는 없지만...(가끔 보면 기분 나쁘긴 해도 한국은 작은 일본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은 일본+미국+중국의 짬뽕정도? 그래도 각국의 좋은 점을 많이 베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 책 내용 중 아쉬운 점
책 내용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좋다. 약간 산만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꽤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각 전투의 시간순으로 도표를 만들어 두거나, 각 전투의 지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사실 이런 전쟁이나 사건을 세부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적, 공간적 이해이다. 따라서 지도와 도표를 통해 어떤 전투가 어떤 순서로 발생했고, 그 피해가 지도상에서 어떻게 변해갔는지 정리해두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공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필히 지도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지도가 없다는 점이 너무너무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이런 마이너한 분야의 서적이 나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PS. 부족한 지도 관련 내용은 폴 그레이브 맥밀런이 펴낸 지도로 보는 세계 전쟁사 2편 "제 2차 세계대전"을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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