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자들의 음란물 단속

* 음란물을 단속하려는 자들 : 정말 성범죄 예방인가?

* 음란물 단속하려는 자들의 위선 : 속내는 돈이 목적이지 않은가?

*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 미국의 금주법

요새 대선이 다가오자 한국은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웃기게도 대선보다 더 뜨거운 감자로 떠오는 것이 아동청소년보호법(이하 아청법)이다. 2010년 8월 20일날 개정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탄력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2조 5항이다.

2 ④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아동·청소년, 아동·청소년의 성(性)을 사는 행위를 알선한 자 또는 아동·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감독하는 자 등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직무·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가. 성교 행위

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다.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라. 자위 행위

2 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은 주관적으로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므로 마음만 먹는다면 "요술공주 밍키"도 음란물로 엮을 수 있다. 물론 진짜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라면 규제해야 겠지만 위와 같은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조항에서는 얼마전 개봉된 영화 "은교"도 음란물이 된다. 심지어 표현물까지 대상이 되므로 은교 소설도 아청법의 규제 대상 음란물이 될수도 있다.

아청법 위반 영화 - 은교

사실 아청법의 개정 이면에는 실제로 성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비춰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먼저 음란물 단속 이유와 여성 및 시민단체, 공권력, 정치권의 위선적인 행동, 그리고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순으로 정리해보겠다.

1. 음란물을 단속하려는 자들

최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그 휘하의 한국형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근본주의적 성격의 단체들은 음란물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열정적이다. 이들은 음란물이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신념 아래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처럼 행동한다. 이들은 음란물이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학술적, 통계적, 의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자신들의 신념에 의구심을 가지거나 반대하면 음란한 사람, 성범죄자로 매도하고 있다.

간혹 덜 열성적인 여가부 직원이나 페미니즘 단체에서는 조악한 학술적, 통계적 수치를 제시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류들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여성/인권단체까지도 싸잡아서 욕을 먹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특히 이들은 매우 약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인과관계로 포장하는 오류를 주로 범하고 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완전히 다른 것인데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면 악한 짓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slut walk 운동도 주관적 믿음만 있을 뿐 통계적 근거도 없지 않은가?[1]

또한 지금의 아청법으로는 같은 포르노를 봐도 교복을 입고 나온 포르노면 유죄, 그냥 포르노면 무죄가 된다.

이렇게 조악한 근거와 기준에도 불구하고 이제 법개정을 거쳐 헌법에 보장된 개인 사생활까지 침해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헌법의 사생활 보호를 얘기하면 엉뚱하게도 성범죄나 음란물을 찬성하는거냐고 몰아붙이고 있다. 음란물 단속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하는 소리를 하면 엉뚱하게도 음란물을 찬성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무식함에 치가 떨릴 정도다.

이러다간 나중엔 스타킹이 페티쉬를 통해 성범죄를 유발한다고 금지하거나 혹은 짧은 미니 스커트, 스키니진들도 전부 음란물을 연상하게 하는 물건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모든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입으라고 해야 하나?

2. 음란물 단속하려는 자들의 위선

나는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단속하려는 공권력과 여가부, 시민단체들이 위선자라고 생각된다. 이들은 성범죄를 예방하거나 근절하려는 의지보다 돈(세금)에 굶주린 자들이다. 예산이나 돈이 풍족한 단체에서 이같은 헛된 짓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음란물 단속은 세금을 펑펑 쓸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절대로 근절될 리 없고 근거나 효과를 보고할 필요가 없는 아이템이니 말이다.

보통 공권력이나 여가부, 시민단체들이 어떤 사업이나 캠페인을 하려면 예산, 즉 돈(money)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산을 배정받을려면 수치로 표현되는 근거가 필요한 법이다. 

예를 들어 출산율을 높이는 캠페인이나 정책을 시행한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구체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고 그 결과 출산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통계적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만일 돈을 쓰고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해당 공무원과 단체는 인사고과나 정책시행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란물 단속은 그런 복잡한 수치, 결과 보고서가 필요없고 따라서 불이익도 없다. 아무리 단속해도 100%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여론이 호의적인 경우라면 계속해서 예산을 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음란물 단속으로 성범죄가 줄었는지 관심도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음란물 단속으로 성범죄율을 낮추겠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산은 나오니까 여가부나 관련 단속 경찰이나 즐겁게 돈을 쓰는데만 환장하게 된다. 

결국 음란물 단속을 외치는 위선자들은 앞으로는 음란물 단속을 외치면서 뒤로는 돈을 챙기는 도둑들인 셈이다. 정작 성폭력을 줄이거나 여성의 권익향상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특히 여가부나 한국형 근본주의적 페미니스트들 대부분은 본인들의 이권이 없는 여성 문제에는 둔감하다는 점이 증거다. 즉 돈이 되는 짓만 한다는 것이다.

* 여성부 예산

2011년 : 2194억

2012년 : 2466억 (성폭력 관련 예산 : 339억)

2013년 : 5239억 (성폭력 관련 예산 : 443억)

재밌는 것은 2012년도 예산에서는 성범죄 예방 사업비 전액 삭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부서가 내놓은 대책이 바로 음란물과의 전쟁이라고 생각된다.

경찰청의 경우도 열심히 강력범을 잡는 것보다 웹하드 업체나 의심되는 PC를 족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분명히 음란물은 나올테고 인사 고과 평점은 올라갈테니 말이다. 이렇게 쉽게 승진할 수 있는데 뭐하러 반대를 하겠는가? 성범죄가 늘어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승진만 하면 장땡이지. 더군다나 일선 경찰중에는 업체로부터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할테니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이런 예측이 단순한 기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그냥 필자의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음지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바로 미국의 금주법과 매춘금지법이다.

3.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언터처블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영화에서 알 카포네는 마피아의 최고 악당인데 그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 법은 미국인의 타락을 막아보겠다는 금주법이었다.[2] 즉 금욕적인 미국인을 만들고자 했던 법이 최고의 악당을 만든 셈이다. 

언터처블 (1987년) - 알카포네 영화

금주법은 1919년 미국의 타락을 막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위선적인 요구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실상은 독일계 이민자들이 양조장을 세워서 떼돈을 버는 것을 배아파한 결과였다.

금주법이 시행되면 독일계 양조업자들은 가난해지고 미국인들은 금욕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여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가장 혼란스런 시기를 맞이했다. 밀주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조직 폭력배(Gang)들은 어마어마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싸움을 했다. 심지어 시카고에서는 대낮에 총격질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 혼돈 속에서 경찰도 이권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부패하기 시작했다. 경찰 중에도 돈이 궁한 사람은 있었고 이들이 어마어마한 마피아의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결과 1920년대의 미국은 갱들과 부패한 경찰들의 종합 선물 세트로 혼란의 극치를 보여줬었다. 이 부패는 경제 시스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미국을 망조로 몰아갔다. 사법부도 얼마나 부패했는지 대통령의 알 카포네 체포 명령에도 알 카포네는 2년간 도망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체포 후에도 살인, 살인교사 등의 죄는 모두 인정되지 않고 단순 세금 포탈로만 7년을 살았다. 정말 웃기고, 아이러니 한 것은 알 카포네를 사회에서 퇴출 시킨 것은 사법부가 아닌 문란한 성생활에서 옮은 매독이었다는 점이다.

이 외에 밀주로 인한 폐해도 많았다. 밀주들은 제대로 된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였으므로 저급한 품질이거나 심지어 메탄올까지 섞어서 팔아치운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시민들은 밀주를 마시고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시력을 잃을 수 있는)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 사회적 비용도 나날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금주법은 사회에게도 개인에게도 불행한 결과만을 가져왔다.

룸살롱 황제

뭐든지 틀어막는게 능사는 아니다.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드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탈무드에서도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도 애매모호하고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만 음란한 한국 사회를 구제하기 위해 성매매 금지법(2004년도)과 음란물 금지(2010년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3] 과연 성범죄는 줄어들었는가? 오히려 성범죄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음지화 되면서 성매매로 큰 돈을 번 룸살롱 황제를 탄생시키는 코메디가 됐다. 룸살롱 황제는 경찰과 검찰에게 성상납, 돈상납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금주법 이후의 알 카포네가 연상되어 씁쓸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뉴스를 보니 이제는 매춘업이 주택가로 숨어들어서 더더욱 은밀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또한 단속의 위험 때문인지 매춘비용도 크게 늘어나서 포주들만 부자를 만들어주는 꼴이 되었다.(but 매춘종사자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단속 때문에 더 위험한 매춘까지 해야 한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뭔가를 금지하면 반대급부도 커지는 법이다. 과거 포르노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세운상가에서 테이프를 비싼 값에 팔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뭐든지 억지로 누르려고 하면 음지에서 피어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성범죄는 근절되어야 하고 성범죄 추방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실체도 없고 효율도 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면 되겠는가? 기독교적 근본주의에 매몰되어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외면하고 신념으로만 정책을 추진한다면 한국은 자살공화국에 이어 성범죄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 (과학적인 통계로 볼 때 성범죄자는 재범율이 높다. 즉 재범을 막기 위해 치료 감호를 하는 편이 더 시급하다. 또한 이들이 성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원인과 과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몇몇 인지부조화를 겪는 여가부와 여성 정치가, 여성 운동가들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모든 남성들을 적대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데 단지 본인들의 정치적 발판을 위해 억지로 적군 표시를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청법에 반대한다. 나는 우리의 세금이 위선자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목적에 쓰이는 것이 싫다. 위선자들이 펑펑 써대는 예산은 다른 소중한 곳에 쓰여야 할 돈이다.

[1] 노출을 줄이면 성범죄가 줄어들까? 통계는 다르게 말한다, 시스루, http://seethrough.tistory.com/1

[2] 1919년 미국 의회, 금주법 가결, 권재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072158155&code=100100

[3] 금주법과 성매매금지법, 박강우, http://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304332

[4] 극악무도 성범죄, '야동' 때문?, SBS 이경원,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1024100307422

[5] 아청법 반대 만화, http://blog.naver.com/hel0129/1015231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