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위스키는 계속 숙성되는가? (그리고 올바른 위스키 보관방법)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위숙희"양은 작년에 면세점에서 "하이랜드파크 18년"을 사왔다. 뜯지 않고 술장에 두었는데 1년이 지났으니 하이랜드 파크 19년이라고 불러야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된다. 이렇게 사둔 위스키는 병에서 계속 숙성될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스키는 병입된 후에는 숙성되지 않는다.
(18년 숙성 위스키를 10년 묵힌다고 28년 숙성 위스키가 되지는 않는다.)

원래 위스키의 숙성이란 오크통(Oak cask)에 넣어둠으로서 나무의 독특한 향이 가미되고 거친 느낌이 완화되면서 부드럽게 되는 과정이다. 이 때 사용된 오크통이 새삥이면, 나무의 느낌이 배어나오고 와인을 담았던 통이라면 와인의 향이 배어나오게 된다.

그러나 오크통에서 빼내어 병입하면 유리병에서 무엇이 배어나올 수 있을까? 따라서 병입되고나면 더이상 숙성이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병입된 코르크 마개의 틈새로부터 뭔가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면 모를까?

* 개봉 안한 위스키도 증발하는가?
위스키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코르크 마개의 특징상 완전하게 밀봉되지 않는다. 간혹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같이 밀납으로 봉인한 경우라면 완전 밀봉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간씩 증발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실험실에서 쓰는 파라필름(Para film)을 사용하여 병목에 감아주기도 한다. 파라필름은 그 특징상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밀봉효과가 좋아서 제대로만 감아주면 거의 밀납 수준으로 밀봉된다. 더군다나 이미 개봉한 위스키라고 할지라도 오랫동안 마시지 않는다면 파라필름으로 감아주면 좋다. 파라필름은 3만원 정도면 살 수 있으며 꽤 많으므로 오래 쓸 수 있다. 위스키를 사랑한다면 이정도는 사주는 것도 기본이다.

* 위스키는 뉘여서 보관해야 하나?
와인처럼 코르크를 적셔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위스키도 뉘여서 보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위스키도 가끔 코르크 마개를 적셔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코르크가 삭아버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너무 오랫동안 코르크가 말라있으면 삭아서 부셔져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예 뉘여서 위스키가 계속 코르크 마개에 닿게하면 오히려 코르크 마개를 아작내고 위스키는 하늘로 훨훨 날아갈 수 있다. 따라서 위스키는 코르크 마개에 닿지 않게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서너달에 한번씩 코르크를 적셔줄 정도가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좋은 것은 코르크가 문제가 되기 전에 빨리 먹어서 없애는 것이다. 술은 장식품이 아니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