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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향연 - 폴 크루그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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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향연 - 폴 크루그먼

sunyzero 2010. 5. 27. 15:51


원제 : Peddling prosperity
지은이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경제학의 향연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폴 크루그먼 (부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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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용이 참 좋아서 한 대여섯번은 반복해서 읽었다. 폴 크루그먼은 글을 참 잘쓰는 경제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중구난방으로 글을 쓴다. 도대체 결론은 뭔지 전제는 참인지 거짓인지도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서 크루그먼의 글은 전제와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아주 심플하고 막힘이 없다. 또한 대부분의 글을 두괄식으로 전개하므로 마치 공학서적이나 저널을 읽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두괄식의 글이 참 좋은 형식이라고 느낀다. 소설같이 반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괄식으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책은 역사적으로 미국과 자본주의의 발전단계를 2차대전 후를 배경으로 쓰여 있는데, 주로 공화당을 공격하는 메시지가 담겨져있다. 이를 한국에 빗대면 강만수와 그 일당들을 공격하는 메시지라고 하면 되겠다. (실제로 강만수와 그 일당은 종종 자신들이 공급중시론자임을 천명해왔다.)

* 1970년대 후반
공급중시론자(Supply sider)들이 로널드 레이건을 등에 업고 등장한다.
이들은 조세를 삭감하면 엄청난 경제 성장으로 오히려 총조세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심플하다. 예를 들어 쌀나라의 한 해 총생산이 100억달러라고 가정하자. 정부는 총생산의 약 10%를 조세로 거두는데 이를 9%로 줄였다고 치자. 그러면 경제계는 삭감된 1% 조세분에 해당하는 1억달러의 여유분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시 재투자하면 공급이 수요를 촉발시켜 총생산이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재투자된 1억불로 인해서 총 생산이 20억불이 증가했다고 치자.(이 수치는 그냥 설명을 위해서 잡은 수치다) 그러면 총생산은 120억불이 되고 9%의 세금은 10.8억불이 된다. 원래 100억불의 10%인 10억불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더군다나 경제 호황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가지게 되고,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고 한다. 이렇듯 조세감면은 모두에게 happy한 상황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성장이 저렇게 미친듯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과 조세수준에 따라서 산업 구조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면이 있다.

일단 조세를 낮추면 생산성이 높은 기술인력보다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이 발전하는 웃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술개발로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산업은 실패의 가능성초기투자의 위험이 크지만 노동집약 산업은 돈은 적게 벌리겠지만 실패의 가능성은 낮다. 

그 결과 조세 수준을 낮춰주면 노동집약 산업이 발전할 기회를 주게 된다. 즉 기술의 퇴보를 가져온다. 

하지만 선진국 레벨로 들어선 국가는 노동집약 산업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저임금 때문에 사회전체적으로는 소득불균형이 심화된다.

* 1980년대
위에서 언급한대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자, 결국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되었다. 모든 경제활동은 돈을 버는 행위보다 쓰는 행위가 더 중요한 법이다. 왜냐하면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돈을 써주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소득불균형의 심화는 돈을 써주는 그 누군가가 줄어드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 100끼를 먹고, 옷을 100벌씩 입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결국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다수의 서민을 방치하면 시장은 활력소를 잃고 경기는 침체된다.

이 때 정부가 등장한다. 정부는 침제된 시장의 수요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의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경기부양이다. (한국으로 따진다면 4대강 삽질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소득불균형이 발생하는 구조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경기부양으로 편성된 예산도 소득불균형 구조에 따라 특정 계층에게만 돌아가게 되고 또 다시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게 된다. 

이는 자본이라는 속성이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특성으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빨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는 셈이 된다. 아니 밑빠진 독이 아니라 오히려 블랙홀처럼 변해버려서 더 악화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여기까지 적은 내용은 마치 한국의 2000~2010년하고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노무현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었으나 의회의 방해가 심했고, MB정부는 개선은 커녕 더 심화시키려고 의회까지 동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정부가 가져온 결과는 같지만 참여정부는 노력이 실패한 결과이고, 뒤의 정부는 노력이 성공한 결과다.)

* 반작용의 힘
이렇게 공급중시론자들이 경제를 말아먹자 학계를 중심으로 공급중시론을 폐기하는 방향의 반작용 힘이 만들어졌다.
그 대표로 신 케인스주의자(new Keynesian)들이 있다.

이들은 기존 정치세력과 브레인들의 경기부양이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다른 집권세력이 등장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불모지만 남겨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재정적자가 심화되면 집권세력이 바뀌더라도 예산이 부족하여 공공사업이나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면에서 볼 때 MB정부의 4대강은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이 사업은 성공 실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음 집권을 빼앗기더라도 다음 정부의 손발을 묶을 수 있고, 재집권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돈은 빨아먹을 대로 빨아먹었으므로 자신들은 뜨듯한 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후기
이 책에는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나온다.

1. 통계로 위장한 거짓말을 꿰뚫어봐라.
영국 수상이었던 벤자민 디스라일리(Benjamin Disraeli)는 "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라고 했다. 왜냐하면 통계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왜곡과 조작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 사장을 포함하여 100명의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1억이다. 그런데 사장의 연봉이 50억이라면? 그럼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99명의 노동자의 평균연봉은 얼마일까? 정답은 5050만원이다. 실제 평균연봉이 딱 반토막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평균(average)를 이야기 할 때는 꼭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중간값이 필요하다. 표준편차, 중간값을 교묘하게 생략했다면 왜곡의 목적이 숨어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프로 그릴 때는 모집단을 그럴싸한 크기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산층을 설명하면서 모집단을 전체 인구중에 상위 30%로 잡았다고 보자. 그러면 그 상위 30%의 평균은 의미가 있을까? 그 30%안에서도 표준편차가 없다면 그래프는 그리나 마나다. 하지만 신문들은 교묘하게 이 방법을 많이 써먹는다.

또 다른 통계의 거짓말 중에 주로 쓰이는 것은 조작을 위해 왜곡된 표본을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임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를 계산한다고 치자. 계산했더니 10년이 나왔다고 한다. 이 값은 의미있는 값일까?

정답은 전혀 의미가 없고 통계적으로 오류가 가득한 표본으로 나온 수치다. 회사라는 곳은 신입부터 입사한 사람도 있고, 중간에 관리자로 스카웃된 사람도 있다. 더군다나 회사는 구조상 신입사원쪽이 훨씬 많다. 따라서 통계를 내봤자 신입사원에 가깝게 나올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표본이 잘못된 경우다. 차라리 historical하게 특정 시점에 같이 입사했던 사람들의 몇 퍼센트가 몇년내에 그만두고, 몇 퍼센트가 계속 다니는지를 구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


2. 상승율은 기하평균이다.
예를 들어 전전년도에 물가가 10% 올랐다고 치자. 그리고 전년과 올해는 물가가 안정되어 1%씩 올랐다. 옆 나라는 매년 물가가 3.9%씩 3년을 올랐다고 치자. 어느 쪽의 물가가 더 안정된 물가일까?

누가봐도 앞의 10%, 1%, 1%가 더 안정된 물가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둘은 거의 같다.

1.10*1.01*1.01 ^ (1/3) = 1.0391
1.039*1.039*1.039 ^ (1/3) = 1.0389


첫번째는 매년 평균 3.91%씩 물가가 상승한 것이고, 두번째는 매년 평균 3.89%씩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쓸때 전년대비 1% 상승했다고 쓰는 것과 최근 3년내 평균 3.91% 상승했다고 쓰는 것은 어감이 많이 다르다. 정부관계자나 기자들은 이런 맹점을 들어 악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

3.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를 보라.
어떤 경찰총장이 속도감시 카메라의 대수를 기존의 2배로 늘렸다고 치자. 그랬더니 과속위반차량 단속 수가 2배 증가했다. 그러면 감시카메라가 많아지면 과속위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누가봐도 이것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다.

사회에는 이런 거짓말이 엄청 많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은 저축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든지(가난하니까 저축하지 못한다), 성매매를 금지했더니 강간이 많아졌다든지이다(강간율이 높은 지역은 성매매를 하지 않을까?).

인과관계라면 "P는 Q다"가 성립하지만 역으로 "Q는 P다"는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관관계는 역으로 뒤집어 보아도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므로 모든 사건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진실이 보일 가능성이 높다. (더블어 진실이 아닌 경우라면 그 글을 쓴 사람의 평소 성향을 보면 된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혼동했거나, 아니면 의도록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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