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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프로그래머들은 인성 문제있어?

sunyzero 2022. 10. 31. 23:46

(이 글은 2020년 9월 11일, 페북에서 어떤 분이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날카롭게 한다고 성토하는 글을 보고 담벼락에 썼던 글을 좀 더 다듬은 글이다. 그리고 이 글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되므로 일반화 하기 어렵다.)


1. 고급 프로그래머는 말을 까칠하게 하는가?


우선 인정부터 하고 넘어가자. 
"그렇다" 고급 프로그래머는 까칠하다.

페북의 OO코딩에서 글을 읽다보니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의 사람들은 말을 날카롭게 한다는 댓글을 봤다. 앞서 인정했듯이 까칠하고 날카로운 말을 한다는 것은 인정. 오케이!  하지만 사실은 까칠한 답변이라도 달아주는 분들은 정말 착한 고급 프로그래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고급 레벨들은 아예 답글도 안달아준다. Why? 귀찮기 때문이다. 왜 귀찮은지는 조금 뒤에 이야기 해보겠다.

그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 중에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도달한 사람들 중에 감자탕집 푸근한 아저씨 같은 성격은 없었다.
단어 하나만 잘못 써도 꼬투리를 잡거나, 기술적으로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면 가차없이 쓴소리를 해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리눅스를 개발한 Linus Torvalds, systemd를 개발한 Lennart Poettering... 전부 성격이 핵불닭볶음면x100 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간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냥 다른 것 뿐이다. 아래 짤은 유명한 토발즈 짤이다.)

 

Torvalds - Nvidia F*** you

 

그러면 정말 고급 프로그래머는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읽는 딱딱한 기술 서적의 바이블과 고독한 코딩의 시간이 사람의 인성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거침없는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 이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있을지도... 다시말해 거침없는 성격과 높은 기술 레벨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통계적으로 연구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의 프로그래머는 성격이 좀 그렇다는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단 중복 단어를 줄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도달한 프로그래머'를 "AAA"라고 축약해서 부르겠다.

그러면 AAA가 왜 귀찮아 하거나, 짜증내면서 답글을 쓰는지 살펴보자.

 

2. 답글이 귀찮은 이유.

기술적으로 높은 레벨에 도달하면 2가지 스킬을 확보하게 된다.

첫째로 엄격한 terminology를 사용하게 되고, 둘째로 파편화된 이론들을 연결하여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통찰력(직관)을 가진다.

이 2가지 스킬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달았던 답글 중에 오개념이 있을때 정정해주려고 노력한다. AAA들도 쪼렙때 잘못된 개념으로 헤메거나 아니면 고생한 기억이 있다면 더 열심히 정정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면 마치 오개념을 쓰는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일단 여기서 공격적인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또한 어떤 개념의 부연 설명을 위해 큰 그림을 설명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다른 용어나 이론적 바탕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다보면 어려움 용어가 점점 많아지는데, 누군가는 이를 잘난체 한다고 비꼬기도 한다. 여기서 AAA들은 "마상"을 입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A라는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A가 나온 배경이 필요해서 B를 설명하게 되고, B의 핵심 기능인 C, D, E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럼 C, D는 뭔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다시 C를 설명하면서 X, Y를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X를 이해 못하는 초급, Y를 모르는 초급, 게다가 다 설명한 B를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는 초급... 이렇게 무한루프에 가까운 질문이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일일히 설명해주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더보기

비동기(asynchronous) 같은 것들도 비슷한 경우이다.

 

그 동안 질문글이나 댓글을 보면 비동기와 넌블럭킹(nonblocking)은 오개념이 판을 치는 대표적인 예이다. 질문도 이상하지만, 답글이 틀린 케이스는 정말 많았다. 그런데도 틀린 답글에 고마워하고, 틀린 답글을 메모하겠다고 퍼가는 케이스를 보면서 가짜 뉴스가 이래서 퍼지는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하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틀린 답글 중에는 대표적인 것만 골라보면, 어떤 이는 비동기란 커피숍에서 주는 진동벨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비동기는 대기 시간이 없는 거라고 하고, 어떤 이는 callback이 있으면 비동기라고 했다. 혹은 넌블럭킹이 비동기라고 하기도 한다. 이들은 엄격하게 보면 전부 틀린 답글이다. 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설명이다. 심지어 공신력이 꽤 있다고 했던 IBM developerworks에서도 이에 대해선 틀린 칼럼이 올라왔고, 무분별하게 번역해서 퍼트려지기까지 했다.

설명에 비유가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가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어떤 이는 코끼리는 길쭉하다고 할 수 있고, 어떤 이는 평평하다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뜻만 알면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그래서 비유가 들어가면 엄격하고 원론적인 기준과 더 자세하고 긴 설명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엄격한 terminology와 domain(기술이 적용되는 범위)이 어디까지인지 정해지지 않은 조건에서 어설픈 이해는 후일 세부적인 기술 구현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고, 심각한 버그나 사고를 일으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차라리 모르는게 낫지 어설픈 지식은 사고를 동반한다. 어설픈 이해는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므로 굉장히 유해하다.

 (비동기와 넌블럭킹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 정리해둬야겠다. 강의하다보면 의외로 이것을 틀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는 개념이나 용어는 거의 1주일마다 같은 질문이 올라오고, 같은 오개념이 판을 치다보니, 많은 AAA들은 같은 답변을 달아주다가 데자뷰 현상을 느끼게 된다.(혹은 데자뷰 맛있어~하면서 지쳐갈지도...)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친절했던 AAA들도 점점 흑화하게 된다. 친절했던 사람들도 커뮤니티를 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친절했던 AAA들의 행동은 금새 잊혀지고, 한번이라도 귀찮아 하듯이 글을 쓰면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경우도 보였다. 마치 AAA에게 무한의 친절을 강요하는 것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이게 흑화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2.1. 흑화된 고급 프로그래머의 변신

Red pill vs Blue pill

흑화된 AAA는 매트릭스처럼 2가지 알약(파란약, 빨간약)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파란약을 선택한 AAA는 아예 답글을 안쓴다. 그러나 빨간약을 선택한 AAA는 까칠한 글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설명 다 했는데 (최소한의) 검색도 안하고 뭐하는 거냐? 혹은 OOO 책에 다 나오는 내용인데, 책도 안 읽나? 자세가 글러먹었었군, 때려쳐(좀 부드럽게 재능이 없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 까칠한 답변을 달게 되는 것이다. 혹은 틀린 답변을 달아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오개념의 구렁텅이에 빠트릴 거면 차라리 답글을 달지 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이 있듯이, AAA들이 바쁜 와중에도 글을 달아주었을 때 대부분은 그냥 당연한 권리인양 행동하는 것도 AAA들을 좌절하고 흑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결과 몇몇 카페나 페북같은 곳에서 활동하던 AAA들은 태도를 지적당하게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태도를 고치라며 집단 린치에 가까운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보니 AAA들은 댓글을 달아주는 행위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내가 보아온 몇몇 AAA들도 이렇게 흑화하는 케이스를 종종 봤다. 심지어 여러 사람들에게 태도를 고치라는 댓글 린치를 당하고, 강제 탈퇴까지 당하는 경우도 보았다.

결국 빨간약을 먹은 AAA들은 스택오버플로우로 가거나 그냥 펜을 꺽어버린다. 스택오버플로우에서는 까칠하게 행동하더라도 올바른 글을 쓰는걸 더 중시한다. 예의바른 헛소리보다는 까칠한 옳은 답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질문이나 틀린 답변에는 가차없이 철퇴를 내려버리고, 질문을 막아버린다. 최소한의 검색조차 안하거나 질문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면 그냥 짤린다.

 

2.2. 파란약을 먹은 AAA는?

파란약을 먹은 AAA는 일반 쪼렙들은 만나볼 수도 없다. 그냥 댓글을 안쓰고 논란이 생길것 같으면 피하기 때문이다. 파란약을 먹은 AAA는 페북에도 맛있는 디저트 사진이나 올리고, 아니면 아이돌 사진, 취미 생활 사진이나 올린다. 테크리컬한 글은 안쓴다. 테크니컬한 모임이나 세미나도 참석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료 세미나에서는 진짜 실력자를 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무료 세미나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세일즈맨과 초년생들이다.

혹시라도 쪼렙들이 파란약 AAA에 물어봐도, 농담으로 "저는 그런 어려운거 하나도 몰라요 ㅎㅎ"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좋아요 눌러주세요, 라고 할 정도다. (이렇게 변해버린 분들을 보면서, 고급 지식의 맥이 끊어지는게 아쉽기도 하다.)

 

3. 결론

AAA중에 까칠한 답글이라도 달아주면 고마워 하는게 낫다.(사실 까칠한 답글이라는 것도 욕설 수준이라면 나쁜 것이 맞지만, 단지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태도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일면식도 없는 커뮤니티 세계에게 얼마나 친절해야만 pass인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오늘 모르고 넘어간 오개념은 몇년 뒤 시한 폭탄이 되어 우리 회사 서버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비행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까칠한 답변이라도 얻는게 낫지 않나 생각된다.

어떤 분의 다른 시각인데,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소개 (원래 표현이 함축적이라서 조금 풀어서 썼다.)

보통 예술가들은 작품을 구상하거나 만들 때 엄청 예민해진다. 특히 높은 레벨일수록 극한의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런데 IT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지 극한으로 가면 art의 경지로 올라가므로 예술가의 일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다보니 간단한 답변 하나에도 숨겨진 에너지의 양이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쏟아붓지 않고 지름길인 답만 얻고자 하는 경우를 접하면, 그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견해) 예술의 경지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AAA들은 대부분 탄탄한 철학적 기반과 IT외에 인문학이나 역사,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러다보니 예술가와 비슷한 성향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아무튼 이런 방향의 분석도 일리가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된다.

 

PS. 고급 지식을 나눔 해주시는 분들 중에 donate가 붙어있는 곳들이 있는데, 커피라도 대접해드리기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보내드리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지식은 공짜가 아니다. 지식을 나눠주는 사람은 우리에겐 스승이다. 스승에게는 꼭 감사를 표시하자. 그게 AAA가 흑화되지 않도록 막는 길이며, 지식 사회가 더 높은 곳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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