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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1인칭 근황 관련

선을 긋는 다는 것은...

sunyzero 2010. 7. 8. 17:13
어릴 때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매우 싫어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것이지 어중간한 태도를 경멸했다.

그래서 "친구냐? 아니면 적이냐?": 사람을 사귀는 것과 분류하는 것이 너무나 단순했다.
먹는 음식 조차도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명확했고, 싫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호불호로 모든 것에 선을 긋는 행위, 그건 뭐였을까?
그 당시 어린 내 마음속에는 그냥 하나의 선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자 그 선이 하나하나 늘어가고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렇게 싫어했던 모호한 태도가 더 올바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 하나의 에피소드
선긋기를 생각하면 최근에 변한 미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달달한 맛을 좋아했다. 그래서 술을 마실때도 달달하고 뒷맛이 약한 술을 좋아했다. 그래서 달달한 생맥이나 넌알콜 칵테일, 아마구찌 사케 정도만 마셨다.

그런데 최근에 dry함이라든지 spicy, nutty, toffee, hop등등 수 많은 맛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던 스타우트도 즐기게 되었고 쓰고 시고 다양하고 복잡한 맛을 즐기게 되었다.

과거에는 단맛이라는 하나의 line만 가지고 있다가 이제는 여러 라인이 되고 이제는 라인 자체가 희미해진 것이다. 그리고 안먹던 똥집이나 개불 등등의 벼라별 음식도 다 먹게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수많은 스크래치들이 선을 만들고 그래서 여러 다양한 기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닳고 닳아서 선이 사라지면서 어른이 되나보다.

그리고 흉내가 아닌 어른의 맛이나 느낌을 진정 즐길 수 있게 되니 정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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